[김규나의 소설 같은 세상] [164] 손자 손녀가 없는 노년

입력 2022.06.01 03:00
 
 
 
 
 
단편소설 ‘어느새’가 담긴 ‘빛바랜 정원(faded garden)’.

“만약에 우리한테 아이가 있었다면 말이에요. 재롱을 피우고 우리를 사랑해주고, 어른이 되어 또 다른 아이의 부모가 되었을 자식이 있었다면 말이죠. 우리의 늘그막이 얼마나 빛났을까요. 예쁜 장난감과 사탕을 준비하고, 트리에 불을 밝히고, 신이 나서 춤을 추는 커다란 눈망울을 바라볼 때 ‘할아버지, 할머니’ 하고 부르는 달콤한 목소리를 들을 수 있다면, 얼마나 근사한 크리스마스가 되었을까요.” - 힐데가르드 호손 ‘어느새’ 중에서

결혼하고 아이를 갖는 것이 당연하던 시절이 있었다. 이제는 ‘태어날 아이에게 못 할 짓’이라며 낳지 않는 부부가 많다. 2021년 우리나라 출산율은 198국 중 2년 연속 꼴찌다. 2060년이면 65세 이상 노령 인구가 국민의 절반을 넘는다. 100년 후 전체 인구는 1500만명. 그리 멀지 않은 미래, 우리의 유전자를 나눠 가진 사람은 지구에서 사라질 것이다.

소설 속 노부부는 평생 서로를 사랑하며 살아왔다. 무엇 하나 부러울 것 없는 삶이었지만 자식이 있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생각할 때 두 사람 모두 가슴이 시리다. 그러던 어느 날, 작고 예쁜 여자아이가 그들을 찾아온다. 젊은 시절 품어보지 못한 자식처럼, 늘그막에 안아보았으면 했던 손녀처럼 아이는 재롱을 떨고 소리 내 웃으며 집안을 환히 밝힌다.

 

노부부는 지금껏 누려보지 못한 행복에 감사한다. 새근새근 잠든 아이를 바라보며 흰머리를 맞댄 그들도 영원한 잠에 빠져든다. 아이와의 시간은 그들 부부가 이생에서 함께한 마지막 꿈이었다. ‘주홍글씨’의 작가 너새니얼 호손의 손녀가 쓴 소설이다. 곧 사라질 말이겠지만 할아버지와 아버지와 딸이 ‘대를 이어서’ 소설을 썼다.

마침 지방선거일이다. 대선, 총선, 재·보궐 등, 그 많은 선거 때마다 정치인들은 더 살기 좋은 사회를 만들겠다고 약속한다. 그런데 왜 점점 더 아이 낳아 키우기 싫은 세상이 되는 것일까. 정치인을 위한 정치가 아니라 국민을 위한 정치를 하지 않는 한, 한국인의 소멸은 막을 수 없다. 자식도 손자도 없던 노부부의 쓸쓸한 꿈이 젊은 세대의 마지막 꿈이 될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면 조금 슬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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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보리수나무 열매가 잘 익어 한웅쿰 따서 먹어보니 그 맛이 상큼하다.

보리수 하면 석가모니가 그 아래에서 태어나자마자 "천상천하유아독존"이라고 하며

걸어 갔다는 것으로 잘 알려져있다.

 

젊은 시절 직장생활을 할 당시 하루는 어떤 땡중(스님)이 프라자 객실에서 창구 여직원에게 삿대질을 하며 고함을 치고있길래 응접실에 모셔놓고 자초지종을 들어보니 내용인즉슨 통신요금을 제때 납부하지 않아 전화가 끊어졌단다.

자존심이 많이 상했던 모양이다. 몇일간의 말미를 주고 끊어진 전화를 다시 살려주었다.

 

스님은 그냥 돌아가기에는 게면쩍었는지 몇마디 주절주절한다.

마리아가 말이야 결혼도 아니했는데 아이를 낳아서 말이야 ...

어찌 그러한 일이 일어날 수가 있느냐며 잘 난체를 한다.

그래서 내가 되물어 보았다.

예수는 동정녀 마리아로부터 태어났다고 했는데

그러면 석가모니는 어떻게 태어났는지 아느냐고 하니 멀뚱멀뚱 나를 쳐다보기만 한다.

 

석가는 인도 작은 왕국의 왕비인 마야부인이 룸비니동산의 보리수나무 아래에서 부인의 오른쪽 옆구리로 낳았다는데

이런 경우는 어떻게 설명할 수 있는냐고 하니까 허둥지둥 급하게 인사하고 가버린 일이 새삼 떠올라 

나도 몇마디 주절주절 해본다.  

  

상큼한 보리수나무 열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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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일요일이자 사월초파일이다.

집앞 만어사로 올라가는 길에는 차량행렬이 줄을 잇고있다.

그런데 이상하게 목탁소리와 염불소리가 들리지않는다.

단감나무의 적과를 해야하는 시기이므로 매년 이맘때 쯤이면 감나무위에 걸터앉아 목탁소리를 듣곤하였는데...

아내한테 오늘이 초파일인데 이상하게 목탁소리가 들리지 않는다고 하니 요즘은 법으로 금지하고 있단다.

산골이라 절(암자)이 많아 이날 만큼은 온 산골이 꽉 차도록 이절 저절에서  경쟁적으로 목탁소리를 내었었는데

이렇게 조용하니 아쉬운 느낌마저 든다.

 

대신, 두견새 소리만 온 종일 들려온다.

떠나보낸 짝을 못잊어서인지 그 소리가 몹시도 구슬픈 것 같다.

두견새 울음소리 사이사이로 비둘기의 구구대는 소리도 간혹 들려오지만 그 슬픈 느낌은 비교가 안된다.

 

콧등을 자극하는 찔레꽃향기와 더불어 봄내음을 더욱 짙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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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부와 오이 생강 나물을 크게 삶아 부부와 아들딸과 손자까지 다 모였네

오늘은 어버이날이다.

아들과 며느리가 매번 우리가 선호하는 음식을 준비해서 오곤했는데 올해에는 자식들이 좋아할 듯한 도시에서는 구하기가 어려운 토종닭을 우리가 준비해서 가마솥에 삶아 아들 며느리 손자 손녀 둘러앉아 맛있게 먹었다.

 

자식은 오직 와서 먹어만 주어도 좋은 것은 비단, 나 혼자만의 생각은 아닐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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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작업장에 도착하였다.

시간은 오후 2시,

작업시간이 오후2시부터 6시까지 이므로 항상 이시간 쯤 도착한다.

구성진 노래는 오늘도 어김없이 공원광장까지 들려온다.

어제는  "연상의 여인"  이였는데

오늘은 "우중의 여인" 이다.

 

나는 작업을 위하여 예초기 시동을 걸어야한다.

예초기를 작동하면 저 양반들 흥에 방해가될텐데..

반주를 겯들인 점심을 끝내고 흥을 주체 못해서 마이크를 잡은 모양이다.

잠시 머뭇거리다 시동을 걸었다.

가급적 소리가 덜 나도록 약하게 하여 풀을 베었다.

정히 그네들의 여흥에 방해가 된다면 식당의 주인을 보내오든가 항의를 해오겠지..

다행히도 그러한 불상사는 일어나지 않았다.

 

누구나 힘깨나 쓸 때에는 저렇게 평일 대낮에 여인들과 더불어 즐거운 시간을 보내곤 하였을테지...

(사진에 보이는 건물은 라이브음악으로 유명한 카페임)

 

악어의 발갈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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