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몇일간 흐리다가 오전까지 비온 후 처음 개인 오후이라서 그런지 날씨가 후덥지근하다.
예초기로 풀베기 작업을 하기에는 땀이 많이 날 것 같아서 그나마, 수월한 공원의 수목에 대하여 전지작업이나 해볼까하고
준비하고 있는데 공원옆 카페 여사장이 다가오더니 자기 가게의 뒷편 언덕에 있는 무성하게 자란 잡초를 좀 베어줄 수 없겠느냐고 한다.
그저께인가 자기집 앞(공원과 인접함)에서 예초기작업을 하고 있었는데 시원한 것 한 모금 하라며 음료수 한 병을 건네주던
그 여인이다.
그런데 오늘은 두번째 만난 자리에서 그러한 부탁을 해온다.
올 봄에 남편을 사별한 후부터는 그러한 힘든 작업을 해줄 사람이 없단다.
가게 뒤편 창문 높이까지 자란 환상덩쿨이랑 개망초가 아얘 숲을 이룰 정도로 무성하게 자라다보니 겁이나서 접근할 수가 없으니 수고비는 넉넉하게 지불할 터이니 제발 좀 해 달란다.
그 말을 듣는 순간 갑지기 조선시대의 두 장수 이완대장과 신립장군의 일화가 오버랩되어 온다.
조선 효종대의 훈련대장으로 유명한 이완은 젊은 시절 사냥하기를 워낙 좋아해 날이 저문 줄도 모르고 산골을 헤매다
겨울밤 깊은 산중에서 여인이 혼자 있는 도둑의 적굴에 들어갔다가(불시에 귀가한 도둑과의 마딱뜨린 내용등은 생략) 다음 날 여인과 함께 하산하여 산월이이라 이름 짇고는 첩으로 거두었으며 이완은 후일 병조판서와 우의정까지 지냈다는 데 영리한 산월이가 곁에 있으면서 내조를 많이 하였다는 것이다.
신립장군 역시 젊은시절 사냥하기를 좋아해서 깊은 산골을 헤매다가 길을 잃어 불켜진 집을 발견하여 들어가니 역시,도적에게 잡혀와 있는 여인이 혼자 있으면서 자기를 도적의 적굴에서 구해달라고 애원을 하였다.
그러나 신립은 그 애원을 뿌리치고 혼자 떠나고 말았는데 신세를 비관한 그 여자는 우물에 몸을 던져 자살을 했다고 한다.
신립이 그 여자를 데리고 오지 않은 것에 관한 세상 사람들의 이야기는 그가 옹졸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임진왜란중에 신립이 조령(새재)을 지키는데, 밤에 왠 여자가 나타나서,탄금대로 가서 배수진을 치라고 했다는 것이다.
적굴에 버리고 온 여자의 원귀가 나타난 것이라 한다.
아뭏든 신립은 배수진을 쳣고 ,그리고 패했다.탄금대에서 왜군의 조총소리를 들어며 투신 자살을 했다.
역시 물에 빠져 죽었다고 한다.
순간 묘한 감정이 스며든다.
더운 날씨와 주변의 이목은 나중의 일이고 여인의 절박한 부탁을 뿌리칠 용기가 없었다.
신립의 옹졸한 길은 피해야 하겠다는 생각에 수고비도 고사하고 흔쾌히 여인의 원하는 바를 들어주었다.
시원한 사이다 한 병을 또 건네준다.
나는 탄산음료를 좋아하지않아 지난 번 준 콜라도 한 모금 마시는 둥하고는 버리기도 뭣하고 해서 집에 있는 아내애게 갖다주었는데(아내는 지나치리 만큼 탄산음료를 좋아 함) 오늘도 사이다를 주길래 아얘 개봉을 하지않고 아내애게 가져다 줄려다 순간, 아불싸 지난 번에도 "공원에 무슨 카페가 있는냐? 무척 불상해 보였는 모양이다"라고 하며 마음에 없는 말을 했는데 이제 또 사이다를 모르는 여자한테서 받아가면 무슨 말을 할까? 싶어서 뚜겅을 열고는 꿀꺽꿀꺽 힘들게 다 마시고 말았다. 가정의 평화를 위하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