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의 첨병은 역시 귀뚜라미인가 보다.

입추가 지난 지가 몇일 되지도 않았든데 벌써 새벽녘 창 밖에서는 귀뚜라미 우는 소리가 들려온다.

요의가 느껴져 온다.귀찮아서 다시 눈을 감는다.

유년시절 고향에서는 수도는 물론이고,전기조차 들어오지 않아 호롱불 켜는 시절이 있었다.

자다가 오줌이 마려우면 요강이 어디쯤 있는지 방향을 전혀 가늠하지못한다.그래서 "아부지요,오줌.." 하면 아버지께서는 요강을 똑똑똑 두드리시며," 여기다" 하신다.소리나는 방향으로 엉금엉금 기어가서 벌쓰는 자세로 꿇어앉아 볼일을 보곤했다. 이튿날 아침에 보면 실수하여 방바닥에 흘린 경우도 더러 있었다.

 

지금은 생소하겠지만 그 당시에는 화장실은  집에서 일정거리 떨어져 있어,밤에는 어느 집없이 요강을 사용하였다.

지금도 나는 농장에서는  요강을 사용하고있다. 아내가 시집올 때 혼수품으로 가지고온 쇠로된 것이다.그 때에는 요강이 혼수품중 필수품이었다. 그 이전엔 사기로 만들어진 요강이 많이 쓰였다.

동네 어귀 도랑가엔 씻다만 요강들이 간혹 눈에 뒤었는데,깨어진 것을 철사줄로 동여맨 것도 더러 눈에 뛰곤 했었다.

오줌발이 세어서 깨어졌는지,아니면 오줌발이 약하다는 이유로 부부싸움끝에 깨었는지는 모를 일이다.

야생 나무딸기를 복분자(覆盆子)라고 하는 것을 보니 전혀 불가능한 일은 아닌 것 같다.

 

오줌이 더욱 마려워 온다.

그뭄이라 그런지 방 안팎이 몹시 어두워서 요강이 어디 있는지 찾을려면 전기불을 켜야겠다.아버지가 계셨다면 요강을 찾아주셨을 텐데..

나는 아들에게 요강소리를 잘 내어주었는지 되돌아보게 된다 .

 

나라 안팎이 모두 혼란스럽다.

거기에 누구 없소?

어두운 밤 요강 두들겨 줄 이가...

 

                              " 10여년전 쪼막손 가진 이가

                                   생애 처음으로 만든 작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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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서울 한전의 부지를 현대자동차에서 10조5천5백억에 매입하는 것 가지고 말들이 많은 것 같다.평범한 국민들 에게는 가늠하기 어려운 금액이다.

면적은 24,4000평,평당 단가는 약4억4천만원,일찰 내정가 보다 약 3배

많은 모양이다.

유력 경쟁자인 삼성에서 연막전술을 펴서 아주 높이 매입할 것이라는 연기라도 피웠는지는 모르겠으나, 모두들 눈을 휘둥그래해 하고 있다.

그 땅이 낙찰되고 몇일만에 삼성에서는 바로 옆 땅을 매입할려고 추진하고있다 한다. 

 

무릇 땅이란 이토록 개인이나 회사나 국가를 막론하고 그 근간이 되므로 중요성에 대하여는 이설의 여지가 없다.

그런데 땅이라고 모두 다 꼭 같은 땅만은 아닌 경우도 있는 것 같다.

시골 단감농장 주변의 땅을 매입해서 소유하고 있는 부동산업자가 있는데, 수시로 우리 농장에 들리곤 한다,아내가 감나무 밑에서 풀을 뽑고있으면 옆에와서 "사모님은 과수원을 꼭 화단 가구듯 합니다"라고

한마디씩 하고간다.

 

그렇지않아도 풀정리 때문에 마눌과 서로 의견이 달라 티격태격하는 경우가 잦다,하나는 풀도 적당히 필요하니 모아서 한꺼번에 정리하자하고,하나는 풀은 제때에 정리해야 농장이 깨끗해 진다고 주장한다.

 

마눌이 하는 얘기,

박사장(부동산 사장)은 땅을 돈으로 보고,우리는 땅을 흙으로 보는 것이 차이점 아니겠나 한다.하기는 사람은 흙에서 나와 흙에서 지내다

흙으로 돌아간다는 말이 있듯이,귀소본능에 의한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흙을 만지며,농작물을 가꾸는 것이 아무 이유없이 좋은 것은 어쩔 수가 없나보다.

 

땅을 돈으로 보는 박사장이 우리 단감농장 주변을 송두리째 매입하여

지금 한창 개발 중에 있다.주변에 아카시아등 철따라 꽃내음 풍기던

숲과 논밭이 있어 아무때나 프리패션으로 마당과 농장을 나다녔는데

자칭 땅에 대해서는 신적인 존재인 옆 땅 주인,박사장 때문에 조만간 전원주택에 둘러싸인 감나무밭이 될 지경이다.

이제는 변덕스런 날씨에 갑자기 소나기가 쏟아져 비설겆이라도

 할려면 웃옷를 껴입고 마당에 나가야 될 처지가 될것 같다..

 

                        "땅 가진 사람은 떵떵거리며 살고

                          흙 좋아하는 사람은 헉헉거리며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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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일홍은 한해살이 풀이다.초등학교 시절에 학교앞 화단을 장식하던 채송화,해바라기등과 더불어 주종을 이루던 화초이다.

요즘은 나무백일홍이 한창 피는 시기이다.

일명 배롱나무라 일컫기도 하는 모양이다.

그런데 이렇게, 먼저간 님의 영혼처럼 백일 동안이나 곁을 떠나지않고

남아 있는 사랑을 지켜주는 지조있고 품격있는 배롱나무가 말썽이다.

 

자두밭이 한 떼기 있는데 배롱나무 숲 옆에 있다. 

숲이라기 보다는 자두밭 옆 토지가 모양이 좁고 길쭉하여 종전에는 벼를 심었는데 몇 년전 땅 주인이 자기의 조상묘 주위에 심겨져 있던 배롱나무를 무슨 삼사인지 그기에다 옮겨 심었다.대략 10여그루는 될 것이다.그리고, 매실 나무도 그 옆에 일부 심어 놓았다.

그 밭 주인을 마눌과 나는 "백일홍 할아버지" 또는 그냥 "백일홍"이라 칭한다.

 

처음에는 우리가 집을 지으면 나의 소유도 아니면서 배롱나무 정원도

공짜로 얻게되는 것이라 마음속으로 은근히 좋아했는데...

해가 갈수록 나무도 주인도 모두 천덕꾸리기가 되어가고 있다.나무는 전지를 하지않은 상태라 제멋대로 자라 밭 경계선을 넘어와 자두나무와 뒤엉켜 바람이라도 불때면 자두를 상하게 하며,또한 잎과 줄기 부분은 연기에 거을린 것처럼 검으색으로 변하여 무슨 병을 얻은 것같아 신

경이 쓰이게 만든다.

 

주인도 또한 그와 크게 다를 바가 아닌 것 같다.

옛 속담에 "오얏나무 아래서는 갓끈도 다시 매지 말아라"는 것이 있는데 아얘 망태를 둘러매고 주인마냥 자두를 따다가는 인기척을 내면 슬그머니 자기밭으로  걸어가서  매실을 따는 척(?)한다.

그렇지만 상대방이  미안해 할까봐 모른척 했다.

그런데 그날 오후에 다시 가보니 매실을 다른 나무는 모두 따면서 자두나무의 바로 옆 매실나무에는 두 그루 정도 그냥 놔둔 것이 눈에 띄었다.참 이상한 일이다 수확시기는 벌써 지났는데...

며칠후 그동네 사는 조카뻘 되는 먼 친척에게 자초지종을 얘기하니

요즘 , 정신이 오락가락하여 병원에 다닌다고 했다.나이는 아직 70대 초반인데, 예사 일이 아니다.

모른 척 하기를 한 것이 참으로 다행이라 생각했다.

 

             요즘 속담은

                     "자두밭 옆 매실은 아껴가며 따야 한다?"   ...

 

농장엘 가니 우편함에 지난 번 추석전에 농협공판장에 경매의뢰단감의 계산서가 꽃혀있었다.

금액을 보니 총 매각대금이 6만여원이고 운반비,상하차비 및 경매수수료등을 제한후의 수령할 돈이 4만여원 정도이다.

지난해에는 제일 좋은 놈이 1박스에 7만여원 되고,전체 평균 금액이 1박스당 3만원 정도인 것으로 기억하고 있다.

그런데 올해에는 추석이 일찍 다가와 아무리 추석 제수용으로 개발된 조생종 단감이라 하여도 올추석에는 크기와 붉기가 예년에 비하면 비교가 안되는 것은 알지만 10키로짜리  17박스의 단감대금이라 하기에는 그저 허탈할 뿐이다.

 

사연인즉, 

추석전인 9/5에 수확해서 읍에 있는 화물차 기사에게 연락해서 경매의뢰를 하면 통상 그 다음날인 9/6아침에는 등급및 낙찰가를 동부공판장에서 폰문자로 알려주는데 그 날은 연락이 없어 화물차 기사에게 물어보니,자기도 이상하다 하면서 확인해 보겠단다.

 

그런데, 그 확인이 이제야 된 모양이다.

당해 공판장에 물어보면 내 명의로 된 물건이 입고되지 않았다 하는데

화물차 기사는 이름중 한글자가 잘못되어 늦게 밝혀졌다는 데 양측의 얘기가 서로 다르다.

10년 넘게 거래해 왔는데 이러한 경우는 처음이다.   

 

아마도 서로간 착오로 현품을 분실해 버린것 같다.그래서 대충 계산해서 4만여원만 챙겨주는 것이 아니가 하는  생각이든다.

더 이상 길게 얘기하는 것도 귀찮고 해서 다음 부터는 화물차 기사를 바꿔 볼 작정이다.

 

어쨌거나 받은 돈은 4만원이니 그기에서 박스 대금을 제하면 2만원이 남는다.

요즘 후라이드 통닭 한마리가  1만하고 7천량이니  읍내 통닭집에 그 놈이나 한마리 시켜 먹어야겠다.캔맥주를 곁들이면 헛 솥 장사는 면하는 것이나 될런지?

 

너를 향한 일념으로

손짓으로 아우성치던

뭇 남정네들  뿔뿔이 흩어지고

 

이제야 수줍은 듯

적당하게 통통해진 볼 붉혀가며

방실방실 웃으며 다가오면

날더러 어쩌란 말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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