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의 첨병은 역시 귀뚜라미인가 보다.

입추가 지난 지가 몇일 되지도 않았든데 벌써 새벽녘 창 밖에서는 귀뚜라미 우는 소리가 들려온다.

요의가 느껴져 온다.귀찮아서 다시 눈을 감는다.

유년시절 고향에서는 수도는 물론이고,전기조차 들어오지 않아 호롱불 켜는 시절이 있었다.

자다가 오줌이 마려우면 요강이 어디쯤 있는지 방향을 전혀 가늠하지못한다.그래서 "아부지요,오줌.." 하면 아버지께서는 요강을 똑똑똑 두드리시며," 여기다" 하신다.소리나는 방향으로 엉금엉금 기어가서 벌쓰는 자세로 꿇어앉아 볼일을 보곤했다. 이튿날 아침에 보면 실수하여 방바닥에 흘린 경우도 더러 있었다.

 

지금은 생소하겠지만 그 당시에는 화장실은  집에서 일정거리 떨어져 있어,밤에는 어느 집없이 요강을 사용하였다.

지금도 나는 농장에서는  요강을 사용하고있다. 아내가 시집올 때 혼수품으로 가지고온 쇠로된 것이다.그 때에는 요강이 혼수품중 필수품이었다. 그 이전엔 사기로 만들어진 요강이 많이 쓰였다.

동네 어귀 도랑가엔 씻다만 요강들이 간혹 눈에 뒤었는데,깨어진 것을 철사줄로 동여맨 것도 더러 눈에 뛰곤 했었다.

오줌발이 세어서 깨어졌는지,아니면 오줌발이 약하다는 이유로 부부싸움끝에 깨었는지는 모를 일이다.

야생 나무딸기를 복분자(覆盆子)라고 하는 것을 보니 전혀 불가능한 일은 아닌 것 같다.

 

오줌이 더욱 마려워 온다.

그뭄이라 그런지 방 안팎이 몹시 어두워서 요강이 어디 있는지 찾을려면 전기불을 켜야겠다.아버지가 계셨다면 요강을 찾아주셨을 텐데..

나는 아들에게 요강소리를 잘 내어주었는지 되돌아보게 된다 .

 

나라 안팎이 모두 혼란스럽다.

거기에 누구 없소?

어두운 밤 요강 두들겨 줄 이가...

 

                              " 10여년전 쪼막손 가진 이가

                                   생애 처음으로 만든 작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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