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처음으로 심어본 쥐눈이콩을 수확했다.누가 이름을 지었는지는 모르겠으나, 여느 콩과는 달리 크기도 조그마하지만,광채를 발하는 것을  보면 볼수록 쥐의 눈과 흡사했다.

콩의 명칭도 다양하다.생각나는대로 적어보면 흰콩 검은콩

푸른콩 붉은콩,서리태 쥐눈이콩,강낭콩 울콩 작두콩등등 그 종류와 명칭이 셀 수도 없을 만큼 여가지가 있다. 

콩의 명칭만큼이나 콩을 재료로 만들어진 먹거리 또한 일일이 나열하기도 어려울 정도이다.

우선 우리나라 식탁에서는 없어서는 안되는 된장 청국장을 비롯하여 정월에는 콩자반 여름에는 콩국수 가을에는 김장김치와 더불어 먹는 두부와 비지 일년내내 먹는 콩나물 초등학교시절 도시락채 흔들어 먹던 콩가루비빔밥 반찬으로는 콩조림 요리 보조용으로는 콩기름등등과 콩으로 지은 밥을 콩밥이라고 까지 부르고 있다.오늘 아침 밥상도  강낭콩밥이었다.색깔이 붉다.그러고 보니 일년내내 흰밥은 별로 기억에도 없다.

 

콩나물이 해장국의 주재료로 쓰이는 지방도 있다.

사회 초년병 시절 덕유산인가에 등산을 한다해서 따라나선 적이 있었다.30여년 전 일이다. 부근 숙소에서 하루밤을 지낸후 그이튿날 산행을 하기전 아침에 해장국집을 찾았다.그런데, 콩나물 해장국 뿐이라해서 난감해한 적이 있었다.부산지역의 해장국은 시래기되장국 선지국 그리고 주머니 사정이 좀 여유가 있을 때면 복어국 생대구탕등을 먹곤했는데 콩나물국이 해장국이라니, 한참 동안 어리둥절했으나 해장국집에 그것밖에 없다고하니 어쩔 수없이 먹은 기억이 있다.해장국은 뭐니뭐니해도 술마신 다음날 점심 때 먹는 해장국이 제일이다.회사근무 시절 구내식당을 이용하다가 어쩌다가 외부식당을 이용하는 경우가 있었다.하필이면 메뉴가 복어국이다.옆 동료사원이 투덜댄다."이럴 줄 알았으면 어제 저녁에 술을 미리 마셔놓을 걸..."

뜨거운 국물을 식혀가며 후루룩 먹어면서도" 어, 시원하다" 고 한다. 전일 거나하게 술마신 다음 날, 점심 때 먹는 해장국이 좋기는 좋은 모양이다.

 

감옥에 가는 것을 두고 다른 말로 콩밥먹으러 간다고도    한다.

감옥살이를 끝내고 출소하는 사람에게는 두부를 먼저 먹인다.콩이 정말 다양하게 쓰인다.

청춘의 끊는 피를 주체하기 어려운 젊은 시절 콩밥을 먹어본 적이 있다.정신을 차리고 보니 닭장 안이었다.전날 저녁 일들이 가물거린다. 직장에서 실시하는 2주간의 대전연수원 교육을 앞두고, 지금은 없어진 당시 부산에서 가장 규모가 컸던 태화백화점의 공간을 빌려 회사에서 취급하는 상품의 전시회를 최종 준비해 놓은 공로를 치하한다는 명목으로 직장 선배,동료들이 준비해준 회식자리였다. 자연 술잔은 나에게로 집중되어 한계선을 넘었던 모양이었다.새벽 즉결재판정으로 가는 닭장차에서 조차 두꺼비 그림이 있는 종이팩 소주가 손과 손으로 입에서 입으로 패스되었다.물론 나 역시 목을 축인것은 당연하다. 재판정에 도착하여 눈을 들어보니 제법 예쁘게 생긴 젊은 여자가 정면 단상 앞에 나타났다.생전 처음 보는 판사란다."직업은? 왜 여기 왔느지 아느냐? "등 기초적인 신문을 한 다음 판결을 내렸다."구류 5일, 단 3일은 현금으로 대체한다." "휴우 ~   ,이제 살았다. 월요일 부터 시작되는 교육에는 지장이 없겠구나." 천만 다행이다. 

 

옷을 완전히 벗고 신체검사를 실시한 후 미결수들을 감금하는 닭장에를 들어갔다.전투경찰의 불호령이 떨어진다.

눕지도 말고, 떠들지도 말고 자기말에 순종하라고...

경위도 아니고 순경도 아니고 의무경찰이 그렇게 무서운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

아침식사 시간이다. 보리쌀 알맹이와 흰콩알이 섞여 있는  

도시락과 쉰내 나는 김치와 다꾸왕 몇 조각이다.

알갱이들이 제멋대로여서  젓가락으로는 먹을 수 없다.

입에 들어가도 삼킬 수가 없었다.

그런데 점심 때가 되니 배가 고파서 견딜 수 없다.아침과 같은 콩밥이 배식되었다.한 도시락 모두다 비웠다.옆에 있는 칸막이도 없는 변소도 아랑곳 없다. 정말 맛있게 먹었다.

 

오래된 방장이 설명을 해준다.

저기 앞에 보이는 닭장에 혼자 갇혀있는 외로운 여인은 간통죄로 들어왔단다.강력범에 해당하므로 독방에 배치되었단다.

여기 오기전 간통 상대남자와 지낼 때에는 어떻게 지냈을까? 봄철 남풍이 불듯 분위기가 따듯했을까? 얼마나 오붓하고 정다운 시간을 보냈을까?

그런데 둘이 지낼 때에는 매우 정분이 났을 텐데 어째서 일반 잡법이 아니고 이름도 무시무시한 강력범에 해당할까?

이해가 쉽게 되지 않았다.

어쨋거나 언도 받은 2일치 콩밥을 잘 먹고 나와서 계획된 연수과정을 수료하고 이듬해 승진도 하였다.

 

"내일 모레 비가 온다는 데, 나머지 콩은 비닐하우스에 빨리 안 옮기고 뭐하고 있노?" 마누라의 지적에 제정신이 돌아왔다. 맞다. 나는 지금 털다 남은 콩을 어둡기전에 옮겨야제.

 

                        "치바골 가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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