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아내가 집앞 마트에 가는데 따라 나섰다. 별로 특별히 하는 일도 없이 집에 있는 것이 보기가 딱했는지 아니면 짐캐리어로 이용할 요량인지는 모르겠으나 명분은 내가 심심해할까 봐 데려가 주는 것이란다.
농장에 가서 구워먹을 앞다리살을 조금 샀다.그런데 돈육코너 주부사원이 비닐봉지에 고기를 넣은 다음 투명비닐 봉지에 다시 포장을 해준다.지난 번 까지는 고기를 비닐봉지에 담은후 가격표만 붙여 주면 아내가 옆에있는 바켓에 준비되어있는 비닐봉지를 1장 꺼내어 다시 포장을 하길래 처음에는 못마땅해 하다가 최근에는 생고기에서 핏물이라도 배어나오는 것을 방지하려는가 보다하고 짐작은 하였으나 그래도 마트 종업원이 눈총을 줄까봐 신경이 쓰이곤 했었다.
그런데 그 주부사원이 아내가 늘 비닐봉투를 1개 더 포장하는 것을 보아두었던지 오늘은 아예 두겹으로 포장을 해준다.기분이 정말 좋았다.
고객만족이 별 것 아니것 같다.고객의 가려운 데를 긁어주는 것이 최고의 고객서비스인 것 같다.
오늘은 농장에서 이것 저것 가을 걷이를 하다가 시내 급한 볼 일이 있어 아침 일찍 기차를 탈려고 읍내 역에 갔다.읍소재지여서 그런지 기차를 이용하는 손님이 주로 노인들이다.부산까지 가는 기차표를 살려고 줄을 섰다.바로 앞 손님 역시 보따리를 한 개 든 할머니이다.매표원이
현금영수증을 어쩔거냐고 하니까 휴대폰에 등록을 해달라고 한 모양이다.그런데 매표원이 할머니에게 휴대폰 번호를 키보드에 직접 입력하라고 했는모양인데 세번이나 시도했으나 계속 불능처리가 되고, 뒤에는 계속 손님이 줄을 서고하니 매표원의 말투가 조금씩 바뀌기 시작했다.마침내 할머니는 천천히 또박또박 전화번호를 불러주고 매표원이 입력을 대신해줘서 마무리를 했다.순간적으로 스쳐지나가는 매표소 여직원의 얼굴에서 찡그림이 포착되었다. 서시(西施)가 가슴에 병이있어 얼굴을 자주 찡거렸는데 얼굴을 찡그릴수록 더욱 아름다웠다고 해서 서시봉심이라는 고사성어가 생겼다고 하는데 매표소 여직원의 찡그림이 서시의 그것과 비교야 안되겠지만 일방적으로 탓할 수는 없었다.내가 그 입장이라면 어떻게 했을까?
용무를 모두 마치고 부산에서 농장으로 가는 기차를 타기위해 다시 구포역으로 갔다.낮 시간이어서 그런지 매표소에 대기고객은 없었다. 1,2,3 창구,즉 매표원이 3명이다. 2번은 발권중이서 1번(남자)을 향해 걸어가고 있는데 표지팼말을 회전시킨다."옆 창구를 이용하세요."
그래서 3번(여자)으로 방향을 틀어 수영선수가 골인지점을 터치하듯
매표소 앞을 막 터치하려는 순간 3번도 표지팻말을 홱 돌려버린다.
이럴 수가 눈까지 마추지고 돌진해 갔는데.....
"표를 사러 오는 것을 빤히 쳐다보고 일어서 버리면 어쩌란 말이냐고요?"들릴듯 말듯 중얼거리니 눈치빠른 1번이 표지팻말을 다시 돌려 발권작업을 해준다.비록 점심시간이지만 기분이 정말 불쾌하다.요즘은 정보가 발달되어 한,두 다리만 건너면 코레일사장은 물론이거니와 그 이상의 푸른기와집도 연줄이 닿는 세상인데 부산직할시에서 저러한 고객서비스가 존재하다니, 독점기업에서만이 볼수있는 현상인것 같다. 섭섭한 기운이 한동안 지속되었다.
그 회사에는 아직
"고객은 우리의 밥줄이다"가 아니고 "고객은 우리의 밥이다" 인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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