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화와 관련된 회사에 다니던 시절이 있었다.

그당시 고객을 상대하는 파트를 맏고 있을 때의 이야기 이다.

 창구(카운터)에는 여사원들이 주로 앉아있었는데, 하루는 스님 한 분이 창구 여사원에게 와서는 큰 소리로, 속세 사람들도 잘 하지않는 상스런 말을 썪어가며 그 여사원에게 일방적으로 대들고 있었다.

그렇게 소란을 피우는 고객이 오면 으레 나한테 인계되게 마련이다. 

그럴 때에는 먼저 고객을  응접석에 않히고 차나 음료로 목을 축이게하여 감정을 가라앉히게 한 다음 대화를 시작하는 것이 순서이다.

 

그런데 스님은

세상에 무슨 이상한 일이라도 발견했는양, 내가 묻지도 않았는데 꺼내는 얘기가 "마리아가 말이야! 애를 낳았는데 말이야! 아버지도 없이 애를 낳아가지고 말이야! " 하면서  "말이야"를 계속 연발한다.

얘기인즉슨,동정녀 마리아가 처녀의 몸으로 예수그리스도를 잉태하여 마구간에서 낳으셨다는 예기를 두고,어떻게 처녀가 애를 낳을 수가 있느냐..대강 그런 얘기이다.

뜬금없이 이 무슨 소리인고?  내가 한마디 물어보았다.

"그러면,석가모니는 어떻게 태어났는지?"아느냐고..

전형적인, 큰 체구에 살찐 스님이 커다란 눈만 껌뻑껌뻑한다.

 

인도 조그마한 왕국의 왕비 마야부인이 룸비니 동산의  보리수나무 밑에서 오른쪽 옆구리로 석가를 낳았다고 하는데, 그것은 말이 되는냐고? (말이 되느냐고요~~~~)묵묵부답이다.

그제서야 한 풀 꺾였는지 먼저 화제를 바꿔  찾아온 용건을 얘기한다.

전화요금을 제 때 못내어 전화가 끊겼다나..그래서 우선 좀 풀어달란다. 앞으로는 젊은 여성에게 보다 부드러운 용어를 좀 쓰달라고 하면서

부탁을 들어주었다. 그후에도 간혹 같은 용무로 연락이 온 적이 있었다.

 

남에게 좋지않은 얘기나, 티끌을 논할려면 우선 자기자신 부터 대들보가 없어야 한다

 

우물가 빨랫터에 동네 아낙들이 서넛이 모여 수군댄다.

이웃집 처녀가 애를 낳았다고..

이를 들은 처녀도 한마디 중얼거린다.

 

"자기들은 세명,네명 낳고도 아무렇지도 않으면서,

나는 기껏 한명 낳은 것 가지고 난리들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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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장용으로 심어놓은 배추가 어느새  제법 잘 자라서 주인을 맞는다.그런데 벌레가 간혹 보이니 마누라는 살충제를 한번 치잔다.

이제 제 모양을 제법 갖추고 위용을 뽐내고 있는데 농약을 뿌린다니?

자급자족하는 농부의 정서에는 맞지가 않다.

이웃 배추밭에는 흰 가루약을  뿌려놓은 것이 더러 눈에 뛰기도 한다.

예날에는 DDT와 BHC를 많이 사용하는 것을 보았다. 하기야,그 당시에는 어린 여자애들 머리에 있는 이(흡혈곤충)를 잡기위해서도 DDT를 뿌리기도 한 시대이니 채소에 뿌리는 것은 그리 흠잡을 일도 아니다.

이웃 배추밭 흰 가루약이, 그러한 종류의 농약은 아니기만을  마음 속으로 바랄 뿐이다. 

남의 일은 그렇다 치더라도 우리 밭에는 농약을 뿌리지 않는 대신 벌레를 손으로 잡아 없애기로 최종 합의를 보았다.

벌써 포근한 이불 속이 좋아 일어나기가 싫어지는 계절이다.

어쩔수 없다.아침 해뜨기 전,일찍 일어나 잡기로 했으니.... 

마누라는 벌써 저만치서 열심히 벌레를 잡고 있다.

나도 그 옆 이랑 하나를 차지하여 이리보고 저리보고 배추속을 들추어 본다.배추벌레가 다 자라서는 나비가 된다.

 

초가을 따거운 햇볕아래

서로를 희롱하며

앞서거니 뒷서거니

하늘 높이 날아오르는

어제 보았던 노랑나비가

눈앞에 아련거린다

 

벌레를 잡는 손에 힘이 빠진다.

하찮은 연민이 싹트는 모양이다.

 

춘추전국 시대에 꽤 강력한 제후국인  송나라에 양공(襄公)이라는 이가 있었는 모양이다.이웃 초(楚)나라와 전쟁을 하면서 초군이 강을 건너는 중이라 하여, 강을 건너는 적을 깨드리는  것은 비겁한 짓이므로 공격하면 안된다 하였다 한다. 그 다음 ,이제 초군이  강을 다 건넜으므로  참모가 진군하자고 하니, 아직 상대방이 진용을 제대로 갖추지 않았으니 공격하면 안 되고,오로지 동등한 조건에서 싸워야 된다고 주장을 하다가 종국에는  초군과의 싸움에 패하여 목숨을 잃었다고 한다.

이때부터 자신의 처지도 모르면서 베푸는 어짊을 가리켜 사람들은 송

양지인(宋襄之仁)이라고 부르며 비웃었다 한다.

 

희롱하는 나비에

정신이 팔려

배추앞에서

얼쩡거리고 있다가

결국,공격을 받았다

 

"잡으라는 벌레는 안 잡고, 그기서 뭐를 하고 있노?"

꼭꼭 숨어라 머리카락 보일라....

성큼 성큼 저만치 마누라 옆에 가서

또 잡는체 해야지.... 

 

 

                               나비야 청산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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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 서울대공원의 말레이곰 "꼬마"가 공원 우리를 탈출해서 소란을 피운 일이 있었다.탈출 9일만에 보금자리로 복귀했는데,탈출이유가 가관이었다.마누라와 4년동안 같이 살면서 짝짓기를 한 번도 못 했다나..

이해가 된다.

어릴적에 집에 암소와 황송아지를 같이 키운적이 있었다.

지금 생각해보니 그 새끼 황소가 사춘기였던 모양이었다.

들에 꼴 먹이러 몰고가도 풀도 제대로 먹고 않고,설쳐대기만 하고,살도 안찌고,메말라갔다.

부모님은 내가 소를 먹이고 해질녁 집에오면 소의 배가 부르면 흡족해하셨는데, 그놈의 소가 그 모양이니 별로 반가워 하시지를 않으신것 같았다. 이웃 마을 할아버지가 소의 병에는 도통하셨는데 증상을 들으시고는 약을 지어주셨다. 소는 그 약을 먹어서 그런지 정상으로 되돌아왔는데..위에 "꼬마"와 같은 원인이 아니었나 생각이 든다.

 

어미소는 제 아들이 상사병에 걸려 헤매는 동안에도 아는지 모르는지 말뚝에 매인 채로 누워서 눈 만 껌뻑이며,되새김질만 열심이었다.

이웃집 황진이라도 불러 만남을 주선해줄 생각이나 있었는지...

 

 단감농장에 가지않는 날에는 아침 일찍 일어나 집앞에 있는 범방산에 등산(산책)을 하는데, 오늘 역시 산에 갔다.

풀코스는 산등성이를 하나 더 넘어가면 되고, 약식으로는 舊 길로 올라간후,"구포무장애숲길"인 新作路(?)로 내려 오곤한다.

풀코스 진입 지점에는 네갈래 길이 있다.

 

오늘 역시 진입지점에 이르러 마늘에게 물어본다.

장난기가 발동되어 "이랴" 로 할까? "웟디로"로 할 까? 

오늘은 "바로 가느냐",약식 코스인 "왼쪽으로가느냐"의 물음 이다 

참고로,소를 이용해 쟁기 질을 할 때,오른쪽은 "일로로",멈출 때에는 "워,워",뒤로 갈 때에는 "물러" 인 것으로 기억하고 있다.

아내는 한 술 더 뜬다.친정 곳에는 "웟디"라고 했는데 "웟디로"해도 잘 알아듣고, 소가 일본어(?)도 알아듣는 걸 보니 사람보다 낫다고...

 

개는 그집 안주인을 닮고,소는 바깥주인을 닮는다는 말도 있다.

순한 소도 때에 따라서는 성질을 부릴 때까 있다.

그럴 때면 어머니는 "그 놈의 소도 꼭 너거 아배 닮아 가지고..."

하시던 말씀이 뜨오른다.

 

견공 우공을 기준으로 현재의 위정자들과 일렬종대, 앞뒤로 줄을 세우면 우공보다 뒤에 줄서는 이가 얼마나 될까도 생각해본다.

 

오늘은 여기서 "워,워"해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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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감밭 모퉁이에 심어놓아던 밤나무에서 제법 밤송이가 익어가더니 오늘은 바닥에 밤알이 몇개 떨어져 있었다.

주워보니 벌써 어떤 녀석이 먼저 시식하고 갔는 모양이다.밤알 딱딱한 껍질을 물어뜯은 후  과육을 제법 깕아먹었다.아마도 다람쥐의 소행인 것 같았다.

 

불현듯이 유년시절 이웃집 밤나무 밭에서 바닥에 떨어진 밤은 내것이인양, 아무나 주워먹어도 되는 줄 여긴 시절이 떠올랐다.

다른 집에는 모두 암소를 키우므로 소에게 꼴을 먹이려고  단체로 산으로 가곤했느데,우리 집 소는 황소여서 항상 따로,혼자서 들로,강뚝으로 가곤했다. 하루는 밤나무 밭 옆에서 소 꼴을 먹이고 있었는데 바닥을 보니 밤알이 몇개 떨어져 있었다.주워서 껍질을 벗긴후 먹어니 맛이 있었다. 나무를 쳐다보니 쩍 벌어져 금방 떨어질 것같은 밤송이가 눈앞에 뜨이길래 나무가지로 건드려 땅에 떨어드린 후  주우려고 하는 찰나 주인 아주머니가 보고서는  남의 밤을 따면 안된다 고 했다.

땅에 떨어진 밤은 아무나 주워가도 되는 것 아니냐고?하면서 땅에 떨어뜨린 후 주워 먹을려고 한다하니,그러면 안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나무에 있는 것을 몇개 더 따주면서,다음 부터는 그러지 말라고 했다.

 

방랑시인 김삿갓이 강원도 산골 어느집을 방문하여 점심시간이 한참지나도록 앉아 있을 때  집 안주인이 집 주인에게 밥상 올릴까요(人良卜一할까요)?물으니 주인왈 손님이 거 하거든( 朋出하거든)하는 것을 보고 신랄하게 꾸짖었다는 破字싯귀가 생각난다.

 

역시 유년시절 경주 충효라는 곳에 계시는 고모댁에 놀러간 적이 있었다.나와 같은 나이인 고종사촌과 더불어 한참이나 놀다보니 배가 고파왔다.아마도 점심 먹을 시간이 한참 지난것 같았다.사촌에게 물어봤다.

"너네 집에는 점심을 안 먹나?"대답이 없다.방안에는 이웃집 아주머니들이 놀러와서, 한창 큰소리로 담소를 즐기고 있었다.

난 배가 고파 더 이상 참을 수가 없어서 바로 옆에 있는 외갓집에 가서

점심을 해결하였다.그 후 어른들 사이에는 그얘기가 한 동안 회자되었다고 한다. 

 

내가 기억은 못하지만 어머니가 살아계실 때 들려주신 얘기가 있다.

아버지는 당시 면사무소에 근무를 하실 때인데, 하루는 어머니께서 호박부침개가 드시고 싶었는지,아니면 나에게 요리해 줄려고 한지는 모르겠으나 같이 부침개를 먹은후 나에게 당부했다 한다.

"너거 아부지 오시면 맛있는 거 해 먹었다고 하지 말거래이"

그 때만해도 밀가루등이 몹시도 귀할 때이다.

그런데 나는 철저하게 어머니의 당부대로 따랐는것 같았다. 

저녁에 퇴근하시는 아버지께서 대문에 들어서자마자 달려가서

"아부지요, 어무이가, 우리는 맛있는거 해묵었다고 하지말라 캤심더"

그후 상황은 상상에 맞긴다.아버지의 성격이 보통은 아니었다 한다.

 

내가 어른이 된 후에 비슷한 일이 또 벌어졌다.

아내가 첫 아이를 가져서 산통이 심하여 내 손을 붙잡고 아프다고 야단이다. 많이 아프겠지, 10여개월 한몸이었다가 분리될려면 박리현상이 일어나야 되니 아픈것이 당연한 것이라 생각하고는 

"애을 낳을려면 좀 아파야 되는 것 아이가?" 

 불호령이 떨어졌다.

무정한 당신도 아니고, 매정한 당신도 아니고, 사람도 아니라고 했다.

 

차라리 아무말도 하지말것을 ......

 

아들아 너희는 훗 날 처가 애낳는다고 아프다고 하소연하면  그리하지 말거래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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