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장용으로 심어놓은 배추가 어느새  제법 잘 자라서 주인을 맞는다.그런데 벌레가 간혹 보이니 마누라는 살충제를 한번 치잔다.

이제 제 모양을 제법 갖추고 위용을 뽐내고 있는데 농약을 뿌린다니?

자급자족하는 농부의 정서에는 맞지가 않다.

이웃 배추밭에는 흰 가루약을  뿌려놓은 것이 더러 눈에 뛰기도 한다.

예날에는 DDT와 BHC를 많이 사용하는 것을 보았다. 하기야,그 당시에는 어린 여자애들 머리에 있는 이(흡혈곤충)를 잡기위해서도 DDT를 뿌리기도 한 시대이니 채소에 뿌리는 것은 그리 흠잡을 일도 아니다.

이웃 배추밭 흰 가루약이, 그러한 종류의 농약은 아니기만을  마음 속으로 바랄 뿐이다. 

남의 일은 그렇다 치더라도 우리 밭에는 농약을 뿌리지 않는 대신 벌레를 손으로 잡아 없애기로 최종 합의를 보았다.

벌써 포근한 이불 속이 좋아 일어나기가 싫어지는 계절이다.

어쩔수 없다.아침 해뜨기 전,일찍 일어나 잡기로 했으니.... 

마누라는 벌써 저만치서 열심히 벌레를 잡고 있다.

나도 그 옆 이랑 하나를 차지하여 이리보고 저리보고 배추속을 들추어 본다.배추벌레가 다 자라서는 나비가 된다.

 

초가을 따거운 햇볕아래

서로를 희롱하며

앞서거니 뒷서거니

하늘 높이 날아오르는

어제 보았던 노랑나비가

눈앞에 아련거린다

 

벌레를 잡는 손에 힘이 빠진다.

하찮은 연민이 싹트는 모양이다.

 

춘추전국 시대에 꽤 강력한 제후국인  송나라에 양공(襄公)이라는 이가 있었는 모양이다.이웃 초(楚)나라와 전쟁을 하면서 초군이 강을 건너는 중이라 하여, 강을 건너는 적을 깨드리는  것은 비겁한 짓이므로 공격하면 안된다 하였다 한다. 그 다음 ,이제 초군이  강을 다 건넜으므로  참모가 진군하자고 하니, 아직 상대방이 진용을 제대로 갖추지 않았으니 공격하면 안 되고,오로지 동등한 조건에서 싸워야 된다고 주장을 하다가 종국에는  초군과의 싸움에 패하여 목숨을 잃었다고 한다.

이때부터 자신의 처지도 모르면서 베푸는 어짊을 가리켜 사람들은 송

양지인(宋襄之仁)이라고 부르며 비웃었다 한다.

 

희롱하는 나비에

정신이 팔려

배추앞에서

얼쩡거리고 있다가

결국,공격을 받았다

 

"잡으라는 벌레는 안 잡고, 그기서 뭐를 하고 있노?"

꼭꼭 숨어라 머리카락 보일라....

성큼 성큼 저만치 마누라 옆에 가서

또 잡는체 해야지.... 

 

 

                               나비야 청산 가자

 

 

 

'횡설수설' 카테고리의 다른 글

얼레리 꼴레리  (0) 2014.10.05
마리아가 말이야..  (0) 2014.10.05
牛公斷想  (0) 2014.09.30
월월(月月)이 산산(山山)커든  (0) 2014.09.28
상구보리 하화중생  (0) 2014.09.25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