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감밭 모퉁이에 심어놓아던 밤나무에서 제법 밤송이가 익어가더니 오늘은 바닥에 밤알이 몇개 떨어져 있었다.
주워보니 벌써 어떤 녀석이 먼저 시식하고 갔는 모양이다.밤알 딱딱한 껍질을 물어뜯은 후 과육을 제법 깕아먹었다.아마도 다람쥐의 소행인 것 같았다.
불현듯이 유년시절 이웃집 밤나무 밭에서 바닥에 떨어진 밤은 내것이인양, 아무나 주워먹어도 되는 줄 여긴 시절이 떠올랐다.
다른 집에는 모두 암소를 키우므로 소에게 꼴을 먹이려고 단체로 산으로 가곤했느데,우리 집 소는 황소여서 항상 따로,혼자서 들로,강뚝으로 가곤했다. 하루는 밤나무 밭 옆에서 소 꼴을 먹이고 있었는데 바닥을 보니 밤알이 몇개 떨어져 있었다.주워서 껍질을 벗긴후 먹어니 맛이 있었다. 나무를 쳐다보니 쩍 벌어져 금방 떨어질 것같은 밤송이가 눈앞에 뜨이길래 나무가지로 건드려 땅에 떨어드린 후 주우려고 하는 찰나 주인 아주머니가 보고서는 남의 밤을 따면 안된다 고 했다.
땅에 떨어진 밤은 아무나 주워가도 되는 것 아니냐고?하면서 땅에 떨어뜨린 후 주워 먹을려고 한다하니,그러면 안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나무에 있는 것을 몇개 더 따주면서,다음 부터는 그러지 말라고 했다.
방랑시인 김삿갓이 강원도 산골 어느집을 방문하여 점심시간이 한참지나도록 앉아 있을 때 집 안주인이 집 주인에게 밥상 올릴까요(人良卜一할까요)?물으니 주인왈 손님이 거 하거든( 朋出하거든)하는 것을 보고 신랄하게 꾸짖었다는 破字싯귀가 생각난다.
역시 유년시절 경주 충효라는 곳에 계시는 고모댁에 놀러간 적이 있었다.나와 같은 나이인 고종사촌과 더불어 한참이나 놀다보니 배가 고파왔다.아마도 점심 먹을 시간이 한참 지난것 같았다.사촌에게 물어봤다.
"너네 집에는 점심을 안 먹나?"대답이 없다.방안에는 이웃집 아주머니들이 놀러와서, 한창 큰소리로 담소를 즐기고 있었다.
난 배가 고파 더 이상 참을 수가 없어서 바로 옆에 있는 외갓집에 가서
점심을 해결하였다.그 후 어른들 사이에는 그얘기가 한 동안 회자되었다고 한다.
내가 기억은 못하지만 어머니가 살아계실 때 들려주신 얘기가 있다.
아버지는 당시 면사무소에 근무를 하실 때인데, 하루는 어머니께서 호박부침개가 드시고 싶었는지,아니면 나에게 요리해 줄려고 한지는 모르겠으나 같이 부침개를 먹은후 나에게 당부했다 한다.
"너거 아부지 오시면 맛있는 거 해 먹었다고 하지 말거래이"
그 때만해도 밀가루등이 몹시도 귀할 때이다.
그런데 나는 철저하게 어머니의 당부대로 따랐는것 같았다.
저녁에 퇴근하시는 아버지께서 대문에 들어서자마자 달려가서
"아부지요, 어무이가, 우리는 맛있는거 해묵었다고 하지말라 캤심더"
그후 상황은 상상에 맞긴다.아버지의 성격이 보통은 아니었다 한다.
내가 어른이 된 후에 비슷한 일이 또 벌어졌다.
아내가 첫 아이를 가져서 산통이 심하여 내 손을 붙잡고 아프다고 야단이다. 많이 아프겠지, 10여개월 한몸이었다가 분리될려면 박리현상이 일어나야 되니 아픈것이 당연한 것이라 생각하고는
"애을 낳을려면 좀 아파야 되는 것 아이가?"
불호령이 떨어졌다.
무정한 당신도 아니고, 매정한 당신도 아니고, 사람도 아니라고 했다.
차라리 아무말도 하지말것을 ......
아들아 너희는 훗 날 처가 애낳는다고 아프다고 하소연하면 그리하지 말거래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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