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아침에 자고 일어나니 목안이 따끔거리는 것이 감기가 올려나 하고 생각했는데, 오늘은 콧물도 조금씩 나오기 시작하고, 머리도 띵한것이 감기균인 적군과 백혈구인 아군이 더디어 전쟁을 시작해서 부상병과 전사자(戰死者)가 생기기 시작하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봤자 오늘 농장에 가면서 새참거리 막걸리를 아니 살 수야 없지..

약국에 가는 대신 마트에 들러서 막걸리를 2병 샀다.그런데 걱정이 전혀 안되는 것은 아니다. 감기몸살 증세가 있으면 단감을 딸 때와 박스포장 작업을 할 때엔 정신통일이 되어야 되는데 지장이 될까봐 다소 신경은 쓰였다. 주사위는 이미 던저졌으니 어쩔 수가 없다.감기약을 사면서 막걸리를 사면 술에대한 예의도 아니지만 마누라도 그냥 있지를 않을테니 별 수 없는 일 아닌가?

 

농장엘 도착하자마자 배나무에서 어린애 머리통만한 배를 1개 따서 깎아먹은 후  얼마전 준비해둔 양파엑기스를 1봉지 입가심으로 먹어두고는 준비해 간 새참을  한 모금 먼저 가불했다.

평소 줏어들은 상식으로 배,양파,도라지등 흰색의 과채류가 호흡기에 좋은 기능을 해준다니 약대신 이것이라도 먹어둬야지 않겠나.

그기에다 체질적으로 폐허간실(肺虛肝實)의 전형적인 태음인 인지라 폐와 동일한 부분으로 분류되는 코,목,폐,항문,피부등은 평소에도 허하니 이것이라도 먹어두면 해로울 거야 없지않겠나 싶어 평소에도 기회 있을 때마다 조금씩 더 먹고는 있다.도라지까지 한 뿌리 캐 먹을려니 노루꼬리만한 가을 낮이 아까워 거기까지는 하지못했다.

그 날은 해가 저물어 더 이상 일은 못하고 방을 따뜻하게한 후 양파즙을 1포 더 먹고는 잠자리에 들었다.

 

그런데,아침에 일어나보니 따끔거리던 목도 편해졌고,띵하던 머리도 말끔해졌다.참으로 이상한 일이다.감기는 보통 약을 먹든 먹지않든

약 1주일정도 병과 더불어 지내야 했는데 하루 밤 사이에 말끔히 목감기 증세가 개선되었으니 참으로 신통한 일이다. 곰곰히 생각해보니 배,양파와 따뜻한 방이 주효했는 것 같다. 

 

덕분에 낮에는 열심히 단감을 따고는 야간 박스포장 작업을 하면 되겠기에 낮 작업을 대강 마무리 할려는데  마누라가 읍내에 가서 통닭후라이드를 한 마리 해오란다.띵호와.. 

이렇게 좋은 안주감을 두고 술이 없으면 앙꼬없는 찐빵이요,여자없는 세상이라 생탁을 또 1병 사서 옆구리에 꿰차고는  신나게 차를 생생 몰아서 농장엘 왔다.

 

그 옛날 조조가 동탁을 하수(下手)하려다 실패한 후  진궁과 함께 도망을 가다가 여백사(呂伯奢)의 집에 들렀을 때에 여백사는 귀한 손님이 왔다하여 가노(家奴)들에게 돼지를 잡게한 후 저자거리로 말을 타고 박차를 가하여 가서 술을 한 항아리 사서는 말안장에 동여매고 집에 돌아 올 때의 흐뭇한 생각이 이와 같았을까,생각해 본다.

단지,여백사는 멀리서 오래만에 찾아온 지인이 반가워서인 것과 나는 그저 나 자신을 위한 것이 다르며,여백사는 말을 타고 달렸고,나는 자동차를 타고 달린것만 다른 것 같다. 

 

이 모든 것이 배와 양파 덕분이라니, 내년에는 배나무에도 더 좋은 거름을 듬뿍 주고  양파도  더 많이 심어야겠다고 다짐해 본다.

 

       농막앞에 있는 백(흑)마의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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