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일 전 사촌 형수님이  돌아가셨다

나와는 연령이 17년 차이가 난다

현재는 경주에 편입되었지만 울산이 광역시가 되기전 까지는 경남 울주군과 경계  마을인 시골에 사셨는데, 물론 나 역시 그 마을에서 태어나 직장에 취업하면서 그곳을 떠나 살게되었지만 문중행사등 집안 대소시에는 한번씩 만나뵙곤 하였다

 

그 형수님이 처음 시집왔을 때에는 내가 겨우 대소변을 가릴 줄만 아는 어린애였던 모양이다

그런데 평소 한번씩  하시든 말씀이 "대리미"(도련님의 사투리)는 그 때 어린애 였는데 시동생이라고 존대말을 쓰니 주변 이웃들이 애한테 왜 존대말을 하느냐고 이상해 하드란다

그때 나는 밑이 터진 하의를 입고 있었다는데 고추도 달랑달랑 외부로 노출되던 시절인데 이러한 어린애 에게 도련님이라는 호칭과 존대말을 쓰니 바라보는 이웃들에게는 당연히 이상하게 보였으리라 짐작이 간다

그래도 명색은 시동생인데  어린애  취급을 하고 함부로 대하게 되면 나중에 내가 성인이 되었을 때 새삼스레 존대말 쓰기가 어려울 것 같아 그리 하셨단다

한참 후에 내가 결혼을 하고 자식까지 두었을 때 머리까지 희끗희끗  해진 것을 보시고는 이제 "대리미"도  같이 늙어가고 있다면서 그때 존대말을 쓰지않았다면 중간에 호칭를 바꾸기가 참 어려웠을 것이라고 말씀하신 것이 새삼 생각난다

 

오늘 인간극장이라는 프로의 TV를 봤는데 곧 시집갈 나이의 다 큰 딸이  자기의 아버지한테 친구 대하듯 말을 함부로 하는 것을 보고는 좀 어색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심지어 요즘은 딸은 물론이고  장성한  아들조차도 아버지 한테 존대말을 쓰지않는 것을 간혹 볼 수가 있는데 나 한테는 격세지감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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